하주석
입단 : 2013년 KBO 드래프트 1라운드 1번 (한화 이글스)
수상내역 : SS 2회, Playoff Series MVP 1회, 우승 1회(이상 KBO)
명예의 전당 투표 : x
영구결번 : 한화 이글스 #16
2018년 이후 수입 : $66,108,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선발출전 6회(2018~2023), 득점 2회(2020, 2023), 볼넷 2회(2020, 2022), 고의사구 2회(2020, 2022), 희생플라이 1회(2022), 출루율 1회(2020), RC 2회(2020, 2021), 순장타율 1회(2020), OPS 1회(2020), WAR 2회(20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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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바뀐 흐엌이. OOTP 개발자들이 KBO에 얼마나 문외한인지 보여주는 증거랄까. 게임 플레이 이후 하주석은 그야말로 한화 이글스가 가져보지 못한 공격형 유격수였다. 장종훈을 유격수로 분류한다면 2년은 가져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포스트 시즌 실책 이후 1루수로 전업하여 그 뒤로 쭉 1루를 맡았으니 공격형 유격수라고 부를 만한 선수는 정말 하주석이 유일할 지도 모른다. 뭐 어쩌다 골글 받은 이대수나 한상훈, FA로 모셔온 김민재 정도를 제외한다면 한화 이글스가 어디다 자랑할 만한 유격수를 보유했던 팀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당장 지금 누가 하주석이 2024년에 메쟈간다고 하면 미쳤다는 소리 들을 확률이 훨씬 높기도 하고.
그러나 게임 상에서 하주석은 그야말로 깔 게 없는 완벽한 공격형 유격수였다. 점차 불길하게 수비형 유격수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현실과는 달리, 수비는 해마다 널을 뛰어서 최종적으로 한화에서 찍은 유격수 ZR은 -3.9에 불과하지만 방망이가 저 정도면 그깟 수비 수준인데 심지어 포지션이 유격수였다. 24세 시즌에 124 흐엌을 하는 와중에도 1득점이 모자라서 100득-100타에 실패했지만 전 경기 선발로 나와 179안타, 34홈런, 16도루, 99득점, 106타점을 기록하며 두어 단계를 한꺼번에 도약한 하주석은 25세 시즌에는 급기야 3-4-5-9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전경기 출전하여 199안타, 32홈런, 105득점, 110타점으로 30홈런과 100득점, 100타점을 모두 넘겨버렸다. OPS+는 138, WAR은 5.9라는 현실에서 그 반만 해도 좋겠을 정도의 성적을 찍었는데.. 이것이 커리어 하이가 아니었다!
하주석이 숱한 투수들을 제치고 전체 1픽으로 뽑혔을 때에도 언감생심 기대도 못할 성적을 26세 시즌에 찍었는데, 역시 전경기 출전, 189안타, 39홈런, 137득점, 137타점에 빛나는 누적지표에 더해 볼넷을 107개나 얻어냈다! 거기에 성공률 84%에 달하는 15개의 도루는 덤이었다. 정말 이런 유격수가 한화 이글스에 있을 수 있나 싶은 타출장이 찍혔는데, 338-445-637-1083의 슬래쉬 라인을 기록하며 OPS+는 무려 163, WAR은 7.4로 리그 1위였다. 생애 최초의 실버슬러거 수상은 당연해보였다. 이 때의 활약으로 연봉이 수직상승하여 1.48m 달러, 대충 16억쯤을 받고 27세 시즌을 보냈는데, 전경기 출전은 어차피 2023년까지 이어지니 앞으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201안타, 31홈런, 112득점, 118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수위급 타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다. 28세 시즌인 2022년에도 30홈런-100타점-100득점은 무난하게 달성하며 뭔가 발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주었는데 사실 이 시즌에 유일하게 볼넷이 흐엌보다 많았기에 발전이 없다고 까기에는 좀 주저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화 에이스들은 예로부터 까야 제맛이라서 그냥 김태균 다음이 하주석이었을 뿐이고. 어느덧 한화 이글스가 하주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한화는 하주석에게 2.6m 달러를 지급하며 그간의 노고에 보상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3년, 하주석의 29세 시즌. 역시 전경기 출전하여 214안타를 쳐내며 커리어 하이를 갱신했다. 35홈런-131득점-135타점 등은 2020년보다 소폭 줄어든 기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했다고 할 기록은 절대 아니고, 볼넷도 딱 100개를 얻어내며 세자리를 사수했다. 많은 안타 덕분에 타율은 커리어 하이인 .366이나 찍었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각각 .456 / .626으로 커리어 하이였던 2020년에 버금가는 비율을 남겼다. 그리고 2020년보다 월등히 좋았던 수비 덕분에 WAR은 커리어 하이인 8.5를 찍었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고, 팀은 24년만에 KBO에서 우승하는 데에 성공했다. 류현진도 김태균도 못 시킨 우승을 하주석이 시킨 셈이다. 하주석 혼자 잘한 건 아니라지만, 명백히 이 시즌 한화의 최고 선수는 하주석이었기에 한화 이글스의 역대 최고선수 계보에 충분히 합류할 자격을 갖췄다.
팀도 우승시켰겠다, FA도 됐겠다.. 하주석의 시선이 메이저 리그를 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러 팀이 하주석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하주석의 선택은 의외로 신생팀 티를 갓 벗어낸 Idaho Miners였다. 물론 7년보장계약에 68.6m 달러라는 계약조건도 매력적이었겠지만, 타이틀보다는 우선 주전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팀내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KBO를 씹어먹은 하주석의 메이저 리그 도전에 아이다호는 꽤 적합한 팀이었다.
실제로 하주석은 3년간 아이다호의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는데, KBO에서 MLB로 넘어간 선수들이 겪는 문제를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일단 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리그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시 흐엌이로 돌아간 볼삼비도 문제였다. 그래도 공격만 놓고 보면 MLB 평균은 충분했고,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최대 20홈런까지 기대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로서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KBO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던 수비 문제가 MLB에서 폭발한 것이다. 3년간 유격수로 3,500이닝 이상을 출전했던 하주석은 3년 누적 ZR이 -26.6이라는 처참한 지표를 받아들게 된다. 이 정도면 그냥 유격수로는 쓰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하주석이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라 유격수로 포지션이 고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지명타자로 돌리자니 지명타자급 생산력을 보이는 선수는 아니었고, 유격수로 불가 판정을 받은 하주석은 MLB 4년차에 주전 자리를 빼앗기고 트레이드 대상자가 되었다.
공격력 보강을 염두에 둔 New Jersey Warriors가 시즌 중 하주석을 데려왔는데, 역시 공격하는 하주석은 나쁜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주석의 나이도 슬슬 33세 시즌이었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컨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와중에도 메이저 리그 커리어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연봉 9.8m을 받는 선수로서의 면모는 일찌감치 잃어버렸고, 그 다음 해인 34세 시즌에는 .194라는 절망적인 타율과 더불어 딱 대체선수 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간간이 대타로 나섰던 35세 시즌이 끝나자 뉴저지는 바이아웃 1.8m을 주며 계약을 해지하는 팀옵션을 행사했고, 하주석의 MLB 커리어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도 6년을 버티면서 WAR 8.0에 162경기 환산 WAR이 2.0이었으니, 그렇게까지 나쁜 시기는 아니었고, 488안타, 74홈런, 281득점, 252타점을 기록하고 귀국했다. 아 502 흐엌을 빼먹은 것 같아 뭔가 섭섭하다.
메쟈에서 돌아온 하주석은 FA 자격으로 입단할 팀을 골랐는데, 하주석의 진짜 고향팀인 두산 베어스에 5.5억 가량의 연봉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에 돌아오자 거짓말처럼 3할타자가 되긴 했는데, 하주석의 장점인 장타력은 잠실구장의 수렁 속에서 완전히 실종되었고, 주전급으로는 뛸 수 없는 36세 베테랑 선수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444의 출루율은 유지하여 똑딱이 타자가 되었는데, 현실에서 하주석의 최대 약점이 높아질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출루율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역시나 OOTP 개발진이 KBO를 잘 모른다는 게 여기서도 드러난다.
미국물도 먹었고, 사실 KBO에서 해낼 것은 이미 하고서 미국으로 간 거라서 하주석은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1년을 뛴 뒤 미련없이 은퇴했다. 중간에 미국에 간 선수들이 겪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누적 지표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데, 하주석은 의외로 KBO 명전 투표에 후보로도 들지 못했다. 10시즌을 꽉 채우지 못해서 그런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도 한화 이글스의 영구결번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24년만에 팀을 우승시킨 팀내 최고선수였고, 한화 이글스가 역사상 가져보지 못한 리그 최상급 유격수였으니까 영구결번이 될 자격은 충분했다.
여러모로 현실의 하주석과는 꽤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진심으로 이 커리어의 반만 따라가줘도 성공일 것이다. 그리고 찍어낸 기록에 비해 다소 상복이 없어보이는 이유는, 대체로 짐작할 수 있듯이 김하성 때문이다. 참고로 김하성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아직 MLB 현역이다. 나중에 김하성 편을 쓰게 되면 공개되겠지만, 게임 상에서 이렇게 성공한 하주석도 김하성보다는 떨어진다는 게 의외로 현실적이다. 하주석의 성공적인 재활을 바라마지 않는다. 꼭 저런 성적 찍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 물론 저런 성적을 찍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