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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5일 일요일

Player History - 8. 하주석


하주석


포지션 : SS
입단 : 2013년 KBO 드래프트 1라운드 1번 (한화 이글스)
수상내역 : SS 2회, Playoff Series MVP 1회, 우승 1회(이상 KBO)
명예의 전당 투표 : x
영구결번 : 한화 이글스 #16
2018년 이후 수입 : $66,108,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선발출전 6회(2018~2023), 득점 2회(2020, 2023), 볼넷 2회(2020, 2022), 고의사구 2회(2020, 2022), 희생플라이 1회(2022), 출루율 1회(2020), RC 2회(2020, 2021), 순장타율 1회(2020), OPS 1회(2020), WAR 2회(2020, 2023)

Milestones (0)


인생이 바뀐 흐엌이. OOTP 개발자들이 KBO에 얼마나 문외한인지 보여주는 증거랄까. 게임 플레이 이후 하주석은 그야말로 한화 이글스가 가져보지 못한 공격형 유격수였다. 장종훈을 유격수로 분류한다면 2년은 가져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포스트 시즌 실책 이후 1루수로 전업하여 그 뒤로 쭉 1루를 맡았으니 공격형 유격수라고 부를 만한 선수는 정말 하주석이 유일할 지도 모른다. 뭐 어쩌다 골글 받은 이대수나 한상훈, FA로 모셔온 김민재 정도를 제외한다면 한화 이글스가 어디다 자랑할 만한 유격수를 보유했던 팀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당장 지금 누가 하주석이 2024년에 메쟈간다고 하면 미쳤다는 소리 들을 확률이 훨씬 높기도 하고.

그러나 게임 상에서 하주석은 그야말로 깔 게 없는 완벽한 공격형 유격수였다. 점차 불길하게 수비형 유격수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 현실과는 달리, 수비는 해마다 널을 뛰어서 최종적으로 한화에서 찍은 유격수 ZR은 -3.9에 불과하지만 방망이가 저 정도면 그깟 수비 수준인데 심지어 포지션이 유격수였다. 24세 시즌에 124 흐엌을 하는 와중에도 1득점이 모자라서 100득-100타에 실패했지만 전 경기 선발로 나와 179안타, 34홈런, 16도루, 99득점, 106타점을 기록하며 두어 단계를 한꺼번에 도약한 하주석은 25세 시즌에는 급기야 3-4-5-9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전경기 출전하여 199안타, 32홈런, 105득점, 110타점으로 30홈런과 100득점, 100타점을 모두 넘겨버렸다. OPS+는 138, WAR은 5.9라는 현실에서 그 반만 해도 좋겠을 정도의 성적을 찍었는데.. 이것이 커리어 하이가 아니었다!

하주석이 숱한 투수들을 제치고 전체 1픽으로 뽑혔을 때에도 언감생심 기대도 못할 성적을 26세 시즌에 찍었는데, 역시 전경기 출전, 189안타, 39홈런, 137득점, 137타점에 빛나는 누적지표에 더해 볼넷을 107개나 얻어냈다! 거기에 성공률 84%에 달하는 15개의 도루는 덤이었다. 정말 이런 유격수가 한화 이글스에 있을 수 있나 싶은 타출장이 찍혔는데, 338-445-637-1083의 슬래쉬 라인을 기록하며 OPS+는 무려 163, WAR은 7.4로 리그 1위였다. 생애 최초의 실버슬러거 수상은 당연해보였다. 이 때의 활약으로 연봉이 수직상승하여 1.48m 달러, 대충 16억쯤을 받고 27세 시즌을 보냈는데, 전경기 출전은 어차피 2023년까지 이어지니 앞으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201안타, 31홈런, 112득점, 118타점, 17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수위급 타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다. 28세 시즌인 2022년에도 30홈런-100타점-100득점은 무난하게 달성하며 뭔가 발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주었는데 사실 이 시즌에 유일하게 볼넷이 흐엌보다 많았기에 발전이 없다고 까기에는 좀 주저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화 에이스들은 예로부터 까야 제맛이라서 그냥 김태균 다음이 하주석이었을 뿐이고. 어느덧 한화 이글스가 하주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한화는 하주석에게 2.6m 달러를 지급하며 그간의 노고에 보상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3년, 하주석의 29세 시즌. 역시 전경기 출전하여 214안타를 쳐내며 커리어 하이를 갱신했다. 35홈런-131득점-135타점 등은 2020년보다 소폭 줄어든 기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했다고 할 기록은 절대 아니고, 볼넷도 딱 100개를 얻어내며 세자리를 사수했다. 많은 안타 덕분에 타율은 커리어 하이인 .366이나 찍었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각각 .456 / .626으로 커리어 하이였던 2020년에 버금가는 비율을 남겼다. 그리고 2020년보다 월등히 좋았던 수비 덕분에 WAR은 커리어 하이인 8.5를 찍었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고, 팀은 24년만에 KBO에서 우승하는 데에 성공했다. 류현진도 김태균도 못 시킨 우승을 하주석이 시킨 셈이다. 하주석 혼자 잘한 건 아니라지만, 명백히 이 시즌 한화의 최고 선수는 하주석이었기에 한화 이글스의 역대 최고선수 계보에 충분히 합류할 자격을 갖췄다.

팀도 우승시켰겠다, FA도 됐겠다.. 하주석의 시선이 메이저 리그를 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러 팀이 하주석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하주석의 선택은 의외로 신생팀 티를 갓 벗어낸 Idaho Miners였다. 물론 7년보장계약에 68.6m 달러라는 계약조건도 매력적이었겠지만, 타이틀보다는 우선 주전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팀내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KBO를 씹어먹은 하주석의 메이저 리그 도전에 아이다호는 꽤 적합한 팀이었다.

실제로 하주석은 3년간 아이다호의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는데, KBO에서 MLB로 넘어간 선수들이 겪는 문제를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일단 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리그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시 흐엌이로 돌아간 볼삼비도 문제였다. 그래도 공격만 놓고 보면 MLB 평균은 충분했고,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최대 20홈런까지 기대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로서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KBO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던 수비 문제가 MLB에서 폭발한 것이다. 3년간 유격수로 3,500이닝 이상을 출전했던 하주석은 3년 누적 ZR이 -26.6이라는 처참한 지표를 받아들게 된다. 이 정도면 그냥 유격수로는 쓰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하주석이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라 유격수로 포지션이 고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지명타자로 돌리자니 지명타자급 생산력을 보이는 선수는 아니었고, 유격수로 불가 판정을 받은 하주석은 MLB 4년차에 주전 자리를 빼앗기고 트레이드 대상자가 되었다.

공격력 보강을 염두에 둔 New Jersey Warriors가 시즌 중 하주석을 데려왔는데, 역시 공격하는 하주석은 나쁜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주석의 나이도 슬슬 33세 시즌이었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컨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와중에도 메이저 리그 커리어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연봉 9.8m을 받는 선수로서의 면모는 일찌감치 잃어버렸고, 그 다음 해인 34세 시즌에는 .194라는 절망적인 타율과 더불어 딱 대체선수 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간간이 대타로 나섰던 35세 시즌이 끝나자 뉴저지는 바이아웃 1.8m을 주며 계약을 해지하는 팀옵션을 행사했고, 하주석의 MLB 커리어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도 6년을 버티면서 WAR 8.0에 162경기 환산 WAR이 2.0이었으니, 그렇게까지 나쁜 시기는 아니었고, 488안타, 74홈런, 281득점, 252타점을 기록하고 귀국했다. 아 502 흐엌을 빼먹은 것 같아 뭔가 섭섭하다.

메쟈에서 돌아온 하주석은 FA 자격으로 입단할 팀을 골랐는데, 하주석의 진짜 고향팀인 두산 베어스에 5.5억 가량의 연봉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에 돌아오자 거짓말처럼 3할타자가 되긴 했는데, 하주석의 장점인 장타력은 잠실구장의 수렁 속에서 완전히 실종되었고, 주전급으로는 뛸 수 없는 36세 베테랑 선수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444의 출루율은 유지하여 똑딱이 타자가 되었는데, 현실에서 하주석의 최대 약점이 높아질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출루율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역시나 OOTP 개발진이 KBO를 잘 모른다는 게 여기서도 드러난다.

미국물도 먹었고, 사실 KBO에서 해낼 것은 이미 하고서 미국으로 간 거라서 하주석은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1년을 뛴 뒤 미련없이 은퇴했다. 중간에 미국에 간 선수들이 겪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누적 지표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데, 하주석은 의외로 KBO 명전 투표에 후보로도 들지 못했다. 10시즌을 꽉 채우지 못해서 그런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도 한화 이글스의 영구결번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24년만에 팀을 우승시킨 팀내 최고선수였고, 한화 이글스가 역사상 가져보지 못한 리그 최상급 유격수였으니까 영구결번이 될 자격은 충분했다.

여러모로 현실의 하주석과는 꽤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진심으로 이 커리어의 반만 따라가줘도 성공일 것이다. 그리고 찍어낸 기록에 비해 다소 상복이 없어보이는 이유는, 대체로 짐작할 수 있듯이 김하성 때문이다. 참고로 김하성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아직 MLB 현역이다. 나중에 김하성 편을 쓰게 되면 공개되겠지만, 게임 상에서 이렇게 성공한 하주석도 김하성보다는 떨어진다는 게 의외로 현실적이다. 하주석의 성공적인 재활을 바라마지 않는다. 꼭 저런 성적 찍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 물론 저런 성적을 찍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2019년 9월 14일 토요일

Player History - 7. Max Scherzer

Max Scherzer


포지션 : SP
입단 :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 11번 (Arizona Diamondbacks)
수상내역 : CY 3회, All-Star 5회
명예의 전당 투표 : 2030년 헌액, 3차 86.3%
영구결번 : x
2018년 이후 수입 : $127,400,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x

Milestones (4)

BF : 10,788
AB : 9,874
WAR : 61.2
rWAR : 63.7

Typical Starter. 2018년 이후 슈어저의 모습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전형적인 선발투수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떻게든 실점을 줄이는 모습을 이어갔고, 그러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슈어저 특유의 탈삼진 능력이었다. 커리어 전체를 놓고 비교했을 때 플레이 이후의 WHIP는 대체로 높은 편이었지만, 워싱턴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을 제외하면 3점대 중반의 방어율을 꾸준히 유지했고, 승패는 그저 그날 타선이 동전 앞면이 나오냐 뒷면이 나오냐의 차이로 갈렸다. 워싱턴에서 보낸 마지막 4년간 경기당 득점지원이 2.83-2.36-2.94-3.47이었는데, 마지막 해에 4.59의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10승을 달성한 것은 최저점 대비 1점이나 늘어난 득점지원에 힘입은 것이고, 다소 부진해보이지만 실제로 세부스탯을 보면 슈크라이 시즌이었던 2019년에 6승밖에 거두지 못한 원인도 근본적으로는 빈약한 득점지원 탓이었다. 아울러 이 때의 BABIP은 .342로 마운드에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높았는데, 적당히 삼진으로 무마해가면서 ERA+는 131로 도리어 준수한 편이었다.

33세 시즌에 게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전성기는 조금 지나 있었지만 플레이 첫 해에도 14승 6패를 기록하며 A+급으로는 충분히 분류할 수 있는 선발투수였다. S급으로 분류하기에는 이닝 소화가 부족한 것이 단점이었지만, 231K와 WAR 5.7이 보여주듯 장점도 뚜렷했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경기 당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 것이 확실하게 눈에 띄는데, 여기에는 무엇보다 BABIP 상승으로 인한 피안타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FIP-로 보면 2017년은 68이고 2018년은 67로 오히려 소폭 하락했는데, 야수들의 득점지원은 부족했고 실점지원은 충분했다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그런 와중에도 14승 6패를 기록했으니 도저히 슈어저더러 못했다고는 할 수 없는 시즌이었다.

경기 수 감소로 2019년에는 등판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는데, 이 때부터 조금씩 에이징 커브의 공격을 받았다. 가장 큰 원인은 2018년 9월에 당한 어깨염증의 후유증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비록 즉각적으로 구위가 감소하거나 컨트롤이 망가지는 등의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2019년 내내 day-to-day 부상이 세 차례나 발생하여 부상빈도가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잔부상이 모두 1주를 넘겼다는 점이 등판횟수를 제한하게 만들었고 노쇠화에 점차 취약해진 분기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돌이켜보면 2020년이 슈어저가 최고 수준의 투수로 뛸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커리어 마지막으로 200+K를 기록한 시즌이었고, 방어율도 3.37로 플레이 이후에는 가장 낮았으며 비록 규정이닝은 아깝게 채우지 못했지만 ERA+가 133으로 가장 전성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낮은 이닝소화력으로 인해 QS가 7회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가 노쇠화를 이겨낼 여력이 점차 떨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36세 시즌인 2021년은 방어율도 무너지고 FIP도 무너지고 K/9도 황폐해지는 해였지만 기가 막힐 정도로 야수들의 도움을 받아 10승을 채웠다. 급격하게 하락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어째저째 피홈런은 예년 수준으로 억제했고, 수비의 도움을 받아가며 34경기 풀타임 선발에 성공했다. 떨어진 스태미너 탓에 이닝소화력은 더 나빠져서 경기 당 투구수가 74개까지 감소했고, 그러다보니 규정이닝은 이번에도 채우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리 수비 도움을 받았다지만 절반 가까이 줄어든 이닝 당 탈삼진을 완전히 벌충할 수는 없었고, 결국 WHIP가 1.46까지 치솟았다. WAR이 1.8이나 나온 것은 선발로서 그가 어떻게든 하락한 몸상태와 투구 능력 속에서도 자기 역량을 최선을 다해 발휘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워싱턴과의 장기계약이 종료되고 그대로 은퇴할 수도 있었겠지만, 장기계약이 끝난 노장 투수들을 좋아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그에게 1년 7.4m 달러를 제안하며 은퇴의사를 접게 만들었다. 슈어저가 탐이 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움직임이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롱 릴리프로 기용된 슈어저의 활약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WAR이 0.1이었으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즌은 아니지만, 그래도 투수 친화구장으로 넘어가서 45경기에 나와 91이닝을 소화해준 덕분에 길게 던져줄 불펜 투수를 확실하게 한 명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7.4m의 계약이 문제지, 슈어저가 팀에 공헌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볼삼비니 뭐 이런 세부지표들은 개선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줄어든 능력 속에서도 최대한의 역량을 끄집어내는 모습만큼은 그대로였던 것이다. 때마침 BABIP도 .242로 좋아졌기 때문에 방어율도 선방했다. 롱 릴리프는 그냥 점수 안 내주고 이닝 먹어주면서 넘어간 경기라면 불펜 출혈을 최소화하고 추격하는 경기라면 게임 터지지 않게 버텨주는 게 최대 미덕이니까 슈어저는 여기서도 나름의 제몫은 한 셈이다.

다만 이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채우지 못한 마일스톤들이 좀 남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63개가 모자라서 3,000K를 채우지 못한 것도 좀 아쉬운데, 한 해를 더 뛰었다고 가정해도 채울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말년에 워낙 스터프가 떨어진 상태라서 실제로 마지막 시즌에 91이닝을 던지면서 뽑아낸 탈삼진이 61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플레이 기간에 워싱턴에서 좀더 수비 도움을 받고 커리어에 지장이 없었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도 있었을 기록이라 조금은 더 아쉬울 법도 하다. 2019년의 불운이 아니었다면 200승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었을 테지만, WAR로 14.5를 찍은 플레이 이후 첫 3년간 30승밖에 추가하지 못한 탓에 200승에 도전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으니 이것 역시 아쉽다.

그럼에도 2633.2이닝을 던져서 2937삼진을 잡아내고 183승을 거둔 투수라면 분명 대단한 투수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자기 장점을 살려가며 어떻게든 경기가 터지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슈어저는 정말 전형적인 선발투수였다. 하지만 조금씩 부족한 누적지표가 문제였는지 HOF Standards와 HOF Monitor에서 명전에 헌액된 선발투수의 평균치에는 미치지 못했으므로 첫 턴 입성은 무리였다. 첫 턴에 74% 득표로 아쉽게 헌액이 무산되긴 했지만 결국 3년차에 86.3%라는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으며 슈어저의 입상으로 내츠는 HoFer를 한 명 더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불꽃같이 보낸 워싱턴에서의 7년이 꽤나 인상적이었지만 내츠는 슈어저에게 영구결번을 시켜주지는 않았다. 내츠 소속으로 사이 영 두 번을 받았으니 시켜줄 법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준이 높은 모양이다. 워싱턴 소속으로 7년간 1301.1이닝을 소화하며 1555삼진을 잡아내고 방어율 3.25에 34.8WAR을 기록했으면 결코 못했다고는 할 수 없을 텐데, 뛴 기간이 부족해서였는지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투승타타 때문은 아닐까 의심스럽긴 하다. 영결이 됐든 안 됐든, 2010년대라는 한 decade를 화려하게 장식한 선발진 중 한 명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겠지만 말이다.

2019년 9월 12일 목요일

Player History - 6. Nolan Arenado

Nolan Arenado

포지션 : 3B
입단 : 2009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9번 (Colorado Rockies)
수상내역 : GG 8회, SS 3회, 우승 2회, All-Star 8회
명예의 전당 투표 : 2034년 헌액, 1차 86.5%
2018년 이후 수입 : $297,550,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홈런 1회(2025), 고의사구 1회(2020), 희생플라이 1회(2020), 장타 1회(2024)

Milestones (4)

홈런 : 523
희플 : 103
장타 : 1,079
WAR : 69.1

Mr. Consistency. 연장계약을 체결하여 잔류한 현실과는 달리 2019년 이후 FA로 시장에 나왔다. 플레이 시작 이후 콜로라도에서 보낸 2년간 WAR이 5.6-5.7이었는데, 경기 수가 달랐음에도 저 WAR은 꾸준히 유지되었다. OPS로 보면 상승세이기도 했고, 특히 FA 직전 해에는 풀타임 출전하여 291-360-542-902라는 훌륭한 비율스탯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100득점-100타점을 동시에 기록하면서 홈런도 38개나 쳤다. 따지고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으로 100득점-100타점을 동시에 기록했고, 홈런 수도 41-37-39-38개였으니, 견적은 이미 충분히 나온 셈이었다. 더구나 2018년, 2019년 골드 글러브까지 연이어 수상하면서 엽기적이라면 엽기적인 기록을 세웠는데, 2013년부터 이후에 다룰 2020년까지 무려 8년 연속으로 골드 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산신의 가호를 받았다지만 기본적으로 수비 쩔고 공격도 견적이 대충 나오는 그런 선수가 FA 시장에 나왔으니 모두가 탐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입찰 경쟁의 승리자는 Eureka Redwoods였다. 마지막 해에 베스팅 옵션이 붙어있기는 했지만, 총 규모가 10년 290m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였다. 전년도에 하퍼를 놓쳐서 손가락을 빨았던 기억이 생생했던지라 설령 결과적으로 오버페이가 되더라도 최대어인 공격수를 하나 챙겨놔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했던 터라, 확장 드래프트에서 데려온 선수들 중 마침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기도 했던 3루수를 일거에 보강하여 왕조 구축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리고 돌입한 2020년. 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아레나도는 죄가 없다. 다만 유저의 오판이어서 빠른 손절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레나도는 이 시즌에도 골드 글러브를 따냈고, 100득점-100타점에 34홈런을 기록했다. 다치지도 않고 풀타임으로 출전했다. 문제가 있다면 아레나도는 오른손잡이였다는 것이다. 소개글에서 다뤘듯이 Eureka 구장은 극도로 좌편향이다. 우타 파크팩터가 안타-홈런 순으로 1.010-1.030이니 별 디메리트가 없어보이긴 하지만 좌타에게 엄청난 메리트를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레나도의 타율 자체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들인 돈과 거둔 성적 사이의 괴리감이 만만치 않았고, 특히나 포스트 시즌 내내 이어진 삽질에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2021년에 아레나도는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타율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고 장타율은 커리어 하이를 향해가고 있었다. 시즌 절반이 채 안 되었을 시점에서 아레나도는 이미 30홈런을 넘겼고, OPS+도 139로 향상되었으므로, 데리고 죽든가 이 때 팔든가 했어야 했다. 어마어마한 계약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데리고 죽을 수는 없었기에 트레이드를 물색했는데, 예상대로 적잖은 구단들이 달려들었다. 가장 조건이 괜찮아보이는 시카고 컵스와 트레이드 카드를 이리저리 맞춘 끝에 콜업이 준비된 3~4선발급 투수를 데려오고 아레나도를 컵스로 보냈다. 일단 아레나도의 연봉을 덜어낸 이상 어린 선발의 서비스 타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에 다소 손해를 보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냥 컴플릿을 눌러버렸다.

시카고로 간 아레나도는 자신의 잠재력을 끝까지 터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반면 데려온 투수는 성적이나 스카우팅 리포트 상으로는 실제로 3~4선발급이기는 했는데 한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오른손 투수였던 것. 이런저런 성적은 곧잘 찍었지만 조용히 넘어간다 싶으면 홈런을 맞아버려서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 오래 뛰지는 못했다. 아레나도는 데려온 뒤로도, 나간 뒤로도 유저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었다. 오른손에 투자하지 말 것.

시카고로 넘어간 아레나도는 철강왕 모드로 4시즌 반을 활약했다. 일단 새 팀으로 넘어간 후반기에는 반시즌 WAR 2.0에 OPS+ 107로 그다지 좋은 출발을 보이지는 못했는데, 역시 한 시즌 넘기고 난 뒤에는 한동안 미쳐 날뛰었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철강왕 네 시즌 동안 기록한 WAR이 7.6-6.3-5.8-5.3이었다. 컵스에서 풀타임으로 처음 뛰는 시즌에 53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34살 시즌에는 50개의 홈런으로 지구 홈런왕에 등극했다. 전성기적 미친 수비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ZR도 3.0-5.4-5.7-2.8로 준수한 수준은 넘어서는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OPS+도 156-141-137-137로 리그 최상위급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2022년도에는 wRC+가 162에 WPA는 6.9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현실과 게임 플레이 기간을 합쳐서 가장 뛰어났던 한 해를 꼽자면 2022년도, 그의 31세 시즌일 것이다.

아레나도의 특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게임 플레이 이후 단 한 번도 부상자 명단은 커녕 Day-to-day 부상조차 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플레이어 히스토리 란에서 Injuries를 눌러보면 "No history data found"가 뜨는 정말 드문 선수 중 하나다. 35세 시즌에 출전기회가 줄어든 이유도 부상이 아닌 에이징 커브에 따른 수비능력 감퇴가 주요 원인이었다. 실제 비율스탯을 보면 전년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2023년, 그의 32세 시즌에 100득점을 채우지 못하면서 100득-100타 연속기록은 깨졌지만 커리어 내내 30홈런-100득점-100타점을 기록한 시즌이 9차례이며, 11년 연속으로 100타점을 넘겼고, 11년 연속 30+ 홈런에 5년 연속 40+ 홈런을 기록한 꾸준함은 아레나도의 미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록이다.

그 뒤로는 수비력이 떨어지자 백업과 대타를 오가는 베테랑의 마지막 단계를 거쳤다. 35세 시즌에는 시즌의 2/3 가량을 선발로 나오는 준주전으로 뛰면서 WAR 2.6을 찍었는데 사실 풀타임으로 뛰었어도 40홈런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수 본인은 아쉬워했을 법도 하다. 마지막 2년은 거의 전력 외의 선수였지만, 그나마 36세 시즌에는 적은 타석수라 비율은 의미가 없다지만 3-4-6을 찍기도 했고 WAR도 양수를 기록했는데 37세 시즌에는 타출장이 모두 무너지면서 대체선수만도 못한 기록을 남겼다. 이후 베스팅 충족에 실패하며 계약 10년차를 채우지 못했고, 미련 없이 은퇴했다.

16시즌을 뛰는 데에 그쳐서인지, 누적으로 남긴 기록 중에 딱히 커다란 임팩트를 남긴 것은 없다. 500홈런을 넘겼고, 1500 타점을 넘겼지만 안타는 2,325개로 마감했고, 득점도 1,329에서 멈췄다. 2루타가 500개를 넘긴 것이 그나마 특기할 만하고, 2개가 모자라서 300병살은 달성하지 못했다. 총 루타도 4,499로 단타 하나만 쳤으면 4,500루타는 채웠을 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눈에 띄는 것은 안타가 2,325개인데 그 중 장타가 1,079개로 꽤 높은 축이라는 사실이다. 꼭 홈런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갭 파워가 있어서 2루타를 곧잘 쳐냈고 이것이 누적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통산 wRC+는 130으로 리그 평균보다 30% 이상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타자였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타자가 골드 글러브를 8번이나, 그것도 연속으로 수상했다는 점이 아레나도의 가치를 높인다.

콜로라도에 계속 있었어도 이 정도 성적은 냈을 것 같은데, 콜로라도는 아레나도에게 10년 290m을 베팅하지는 않았던지라 영구결번은 되지 못했다. 유레카에 (잘못) 발을 디딘 1년 반을 제외하고 나머지 커리어는 콜로라도와 시카고 컵스에서 보냈는데, 전성기는 아무래도 시카고 컵스 시절로 봐야 할 것 같다. 50+ 홈런 타자가 된 것도 컵스 시절이고 5년 연속으로 40+ 홈런을 쳐낸 시절도 컵스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WAR로 보면 콜로라도 시절이 컵스 시절보다 높기 때문에 마냥 컵스 시절이 우위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아레나도의 장점 중 하나는 명백하게 수비력이기도 했고, 수비력의 전성기는 콜로라도 시절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컵스 시절의 활약만으로 영결을 얻기에는 무리였고, 그렇다고 콜로라도에서 뛴 7년으로 콜로라도의 영결을 얻기도 어려웠으므로 결국 어디에서도 영결은 되지 못했다. 다만 콜로라도를 떠나면서 적잖은 돈을 만졌고, 잠재력을 만개한 데에서 충분한 위안을 얻었을 것 같다.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의외로 1차에 바로 헌액되었다. 헌액 당시에는 콜로라도의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1차에 바로 들어갈 정도의 누적은 부족해보였지만, 화려한 수상 실적 역시도 고려의 대상이었을 것이고, 비록 아레나도의 커리어 전체를 보면 저점에 해당하지만 어쨌거나 Eureka 소속으로 있던 당시에 우승반지를 두 개 챙긴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GG+SS가 11개이니 명예의 전당에 못 들어갈 성적은 결코 아니기도 했다. 어느 한 쪽으로 가장 뛰어났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주루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뛰어났던 선수였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선수가 겪는 부상으로 인한 기량 저하에서 자유로웠다. 그야말로 꾸준하게 제 몫을 다한 데일리 플레이어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2019년 9월 11일 수요일

Player History - 5. Zack Greinke

Zack Greinke

포지션 : SP
입단 : 2002년 드래프트 1라운드 6번 (Kansas City Royals)
수상내역 : CY 1회, GG 4회, SS 1회, All-Star 4회
명예의 전당 투표 : 2033년 헌액, 7차 80.3%
영구결번 : x
2018년 이후 수입 : $126,500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x

Milestones (7)

다승 : 202
이닝 : 3023.0
상대타자 : 12,549
상대타수 : 11,615
자책 : 1,237
WAR : 60.5
rWAR : 64.3

근성으로 채운 누적. 여러모로 현실의 잭 그레인키보다는 게임 상에서 손해를 본 케이스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3,000이닝을 넘겼고 200승도 달성했으니 아쉬운 누적은 아닌데, 어느 팀에서도 꾸준히 뛴 선수가 아니라서 영구결번을 받지는 못했다.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첫 턴에 53.4%로 시작하여 점차 올라가기는 했는데, 7년차에 간신히 헌액되었다. 의외라면 의외인 것이 애리조나 모자를 쓰고 명전에 들어갔다. 경기 수와 이닝 수에서도 그렇고 뭣보다 WAR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로열스를 제치고 애리조나 선수로 헌액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승수가 같고 승률이 높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여러 모로 어느 팀의 선수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케이스다. WAR이나 승수를 기준으로 하면 애리조나보다 오히려 다저스 시절이 더 좋은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애리조나는 목돈을 써서 명전 선수 하나를 더 확보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그레인키에게 영결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그레인키의 스타일이야 뭐 누구나 아는 거니까 차치하고 게임 플레이 이후에만 해당하는 것들을 말하자면, 애리조나의 선발진을 어떻게든 지켜줬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타자 구장인데다가 선발진이 영 안타까운 수준인 팀에서 그레인키는 4년간 102번을 선발로 등판해서 퀄리티스타트를 38번 기록했다. 타자구장을 쓰고 있는 애리조나에서 그레인키만큼 버텨준 선발도 드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폄하되기는 힘든 기록이다. 더구나 이 성적을 34~37세에 찍었으니, 애리조나가 붕괴하지 않도록 막아준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리조나에서 뛰던 6년간 피OPS가 .758로 높은 편인데, 늘그막에 까먹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체로 준수한 편이다. 그만큼 애리조나는 믿고 맡길 선발을 키우지도 사오지 못했다.

휴스턴으로 건너간 현실과는 달리 그레인키는 애리조나와 체결했던 계약을 끝까지 채웠다. 그리고 깔끔하게 은퇴했다. 아마 현실의 그레인키도 이번 계약이 끝나면 그냥 야구 관두지 않을까 생각되기는 하는데, 계약기간까지 다 채운 그레인키의 애리조나 성적은 60승 50패 ERA 4.44. 928.1이닝을 던져서 삼진을 803개 잡아냈고, 볼넷도 293개만 허용했다. K/BB는 2.74로 커리어 평균인 3.36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도 막판에 많이 까먹은 걸 감안하면 그레인키가 딱히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FIP-는 커리어가 87인데 애리조나 시절이 98이다. 애리조나 시절 커리어로만 보더라도 리그 평균 수준은 끝까지 사수했던 것이다. 다만 마지막 해에는 133까지 치솟았고, 볼삼비가 완전히 무너져서 커리어를 이어가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였던 상태였다. 받을 거 받고 해줄 거 해준 뒤 깔끔하게 이별했다고 보기에는 마지막 시즌 부진이 다소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레인키 자신의 관점에서 보면 마지막 시즌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37세 시즌 이전까지 그레인키는 198승, 2920.1이닝으로 뭔가 아쉬운 누적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시즌에 WAR도 까먹고 이래저래 어려운 시즌을 보내기는 했지만 기어코 200승-3000이닝을 넘길 수 있었다. 애리조나의 마운드 사정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종성적 기준이긴 하지만 WAR -0.7 찍는 선수에게 선발 기회를 14번이나 주었고, 102.2이닝이나 맡겼으니 말이다. 자연스러운 노쇠화가 기본적인 이유겠지만, 그레인키가 36세 시즌에 겪었던 부상과 재활실패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두근 건염으로 8주를 쉬었는데, 확실히 조정방어율 기준으로 보면 그 전까지는 리그 평균급 투수는 되었다가 2020년 36세 시즌을 기점으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기간에 WHIP는 급격히 치솟아서 4년간 추이가 1.15-1.42-1.55-1.74를 찍었다. 그럼에도 비싸게 주고 데리고 있는 선수를 안 쓰기도 뭣한 재정사정과, 그렇다고 그레인키를 밀어낼 확실한 선수도 없다는 마운드사정이 그레인키에게 꾸준히 등판기회가 돌아가는 이유가 되었고, 결국 어렵게 어렵게 이닝과 승수를 챙겼으니 그레인키로서도 애리조나 시절이 마냥 나쁘게 기억될 것 같지는 않다.

사실 플레이 이후의 그레인키에 대해서는 쓸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첫 시즌 이후 노쇠화가 완연하였기 때문에 특출나게 드러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케이스로 벌랜더가 있는데, 벌랜더는 사실상 쓸 게 없다. 그럼에도 영결과 명전을 동시에 가져갔다는 점이 플레이 이전에 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레인키는 영결이 되기에는 어느 한 팀에 오래 있었던 선수가 아니었고, 명전에 들어가기에도 어딘가 한끗 모자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7년이나 걸렸던 것 같다. 타자구장을 쓰다보니 얻게 된 손해도 만만치 않은데, 대표적으로 피홈런 기록을 들 수 있다. HR/9가 플레이 기간에 1.7-1.5-1.6-1.8이나 되었다. 20홈런 이상을 꾸준히 보장해주는 투수였고(..) 규정이닝을 채웠을 때는 홈런을 35개나 내주었다. 말년에 이런 구장에 가는 바람에 손해봤다고는 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그렇다고 그레인키보다 나은 선수가 있었냐면 그런 것도 아니라서 어쩌면 애리조나에 오래도록 있었기 때문에 떨어지는 스터프와 구속으로도 저만큼의 출전기회를 받은 게 아니었을지. 물론 그 상황에서 근성으로 꾸역꾸역 누적을 쌓아간 그레인키의 노력도 폄하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2019년 9월 7일 토요일

Player History - 4. Bryce Harper

Bryce Harper

포지션 : RF
입단 : 2010년 드래프트 1라운드 1번 (Washington Nationals)
수상내역 : MVP 1회, 신인왕 1회, SS 8회, Playoff Series MVP 3회, 우승 5회, All-Star 13회
명예의 전당 투표 : 2034년 헌액, 1차 99.4%
영구결번 : x
2018년 이후 수입 : $364,125,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타점 4회(2022, 2023, 2024, 2025), 최다볼넷 1회(2019)

Milestones (8)

득점 : 1,614
홈런 : 590
타점 : 1,813
볼넷 : 1,547
희플 : 110
WPA : 50.09
wRAA : 849.5
WAR : 103.6

Game Changer. 만루에서 가장 만나기 두려운 타자는 장타력과 선구안을 갖춘 타자일 것이다. 얻어맞든 내보내든 실점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브라이스 하퍼는 바로 그런 타자였다. 누적 안타가 2,500개에도 미치지 못하고 통산 홈런도 하퍼에게 기대할 만한 것 치고는 적은 590개에 불과하지만, 그가 쌓아올린 타점 기록을 보면 게임 시작 후에는 압도적인 페이스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플레이 이후 타점 통산기록으로 줄을 세워보면 하퍼 주변에는 12,000타석을 넘긴 타자들이 우글거리는데, 정작 하퍼의 통산 타석수는 9,079에 불과하다. 출전 대비 타점 먹는 능력만큼은 정말로 역대급이었다. 장타툴에 더해 선구안과 삼진을 피하는 능력이 결합된 결과인데, 실제로 커리어 상 볼넷이 삼진보다 미세하게 적지만 볼넷+사구+고의4구를 합치면 삼진을 넘어선다. 이래저래 안 내보내기보다 내보낼 확률이 높았던 선수였다. 당연히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50이 넘는 WPA는 우연이 아니다.

플레이가 시작된 2018년 이후 현실의 하퍼처럼 워싱턴에서 1년을 뛰고 FA 이적시장에 나왔다. 2018년 워싱턴에서 보여준 성적도 만만치는 않아서 40+ 홈런에 100타점과 100득점을 모두 넘겼다. 조정 OPS도 159로 빼어났고, 나이도 이제 곧 26세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라 그의 거취는 모두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런데 그는 그의 에이전트가 보라스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의아한 결정을 내린다. 신생팀 Alaska Polar Bears에 5년 165m 달러라는 예상 외의 헐값으로 계약한 것이다. 물론 알래스카 입장에서는 최대치의 출혈이었지만, 이 정도 지출을 뉴욕이나 시카고, LA가 못했을 상황도 아닌데 그의 선택은 알래스카였다.

아무려면 어떤가. 알래스카에서 그의 성적은 더욱 발전했다. 두 시즌 연속으로 WAR 7.0 이상을 찍었고, 조정 OPS는 170을 넘겼다. 그러던 중 세 번째 시즌에 큰 부상을 당했다. 팔꿈치 골절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치게 되었던 것이다. 알래스카는 알래스카대로 걱정이 있었는데, 신생팀이 큰 마음 먹고 하퍼를 지르기는 했으나 그렇게 꾸려진 타선은 하퍼와 여덟 난장이 신세였다. 그렇다고 하퍼가 못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유망주 모아서 탱킹하기에는 눈치 없는 하퍼가 잘 때려주니 탱킹도 잘 안 되는 어중간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하퍼가 장기부상을 당한 것을 계기로 유망주들에게 자리도 줘보면서 키웠는데, 다시 하퍼가 돌아오니 안 쓸 수도 없고, 돌아온 하퍼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했던 계약은 어느덧 1년 반 정도밖에 안 남았고 대충 이런 상황이었다.

여기서 플레이어가 개입하여 하퍼와 알래스카의 유망주 하나를 더해서 Eureka Redwoods로 데려왔다. 대가로 내준 선수는 주전 포수였던 Sam Cohen, 부동의 주전 좌익수 Andrew Benintendi, International FA로 데려와서 WAR 7.0을 찍었던 대만 출신의 우익수 Wen-huan Wang, 5선발로 쏠쏠하게 써먹었던 양현종, 결과적으로 기대만큼 터지지는 않았지만 MLB 유망주 랭킹 전체 71위까지 찍었던 1루수 Men Portillo에 현금 1.6m까지 얹은 대형 트레이드였다. 좌타+거포+공갈포 아님+수비 평균이상 이 조건을 만족하는 선수 중 끝판왕이었기 때문에, 삼국지 게임으로 따지면 곽가, 순욱, 정욱 내주고 제갈량을 얻어온 셈이다. 이 선수들의 이탈로 생긴 공백은 나머지 AAA에서 적당하게 간손미로 채우더라도 하퍼가 추가됨으로써 Eureka의 공격 자체의 질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5월에 팀을 옮긴 하퍼는 그 시즌에 Eureka에서만 381-514-784-1298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비율스탯을 찍었고, 200+안타, 60+홈런, 200+타점을 동시에 기록하며 우승의 n등공신이 되었다.WAR이 당시 커리어 하이인 11.2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존 알래스카와 맺었던 계약의 마지막해에 접어들자 Eureka는 하퍼에게 6년 213m 달러 및 마지막 해에 550타석 베스팅 옵션이 포함된 계약을 제시했고, 이에 서명한 하퍼는 연간 35.5m 달러를 받는 선수가 되었다. 그 다음 시즌에는 지난 시즌의 비율 스탯을 넘기며 커리어 하이를 갱신했다. 4할 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403-513-790-1304라는 어이를 초월한 비율 스탯을 찍었다. 출루율이 1리 줄었지만 나머지는 당연히 커리어 하이였다. WAR도 13.0으로 커리어 하이였고, 236안타, 60홈런, 233타점으로 생산성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장해주는 선수였다.

그 다음 시즌에 비율 스탯은 또 상승했다. 419-522-840-1363이라는 나름 독보적인 비율로 타출장오 모든 비율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는 했는데.. 햄스트링이 한 번 터지고 등이 뻐근하다고 또 조금 빠져서 출전 경기수가 다소 적은 것이 흠이었다. 그래도 규정타석은 채웠으니까 비율 스탯이 무시되지는 않았지만, WAR은 11.8로 줄어들었다. 사실 그런 와중에도 55홈런에 200+안타, 200+타점은 계속 찍었다.

하퍼의 노쇠화는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물론 노쇠화로 WAR 페이스가 꺾였다고는 해도 7 언저리에서 놀았기 때문에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중심타선에서 버티는 하퍼의 도미넌스에 의존해왔던 Eureka의 공격에 약간 문제를 일으켰고 무엇보다도 수비에서 커다란 구멍을 낳았다. 가뜩이나 타신투병 구장인데 걸핏하면 우중간 2루타가 나오는 통에 투수들 기록이 죽을 쒔기 때문이다. 더욱이 풀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두 시즌은 공격에서는 밥값 이상을 톡톡히 했지만, 시즌 운영과 수비로 보면 적잖게 발목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바로 그 공격 때문에, 하퍼는 일단 건강한 이상 뺄 수 없는 선수였다.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해도 328-437-710-1148 / 362-446-757-1203 이런 타자를 어디서 구하겠는가.

Eureka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하퍼를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무너진 볼삼비가 핵심이었다. 마침 International FA로 키우던 유망주가 콜업 대기 상태이기도 했고, BB/K가 78/132까지 내려가자 아직 가치가 유지되고 있을 때 어디든 물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퍼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몇 개 구단과 협상하다보니 그 어느 구단도 하퍼의 가치를 제대로 책정하지 않았고, 혹은 하퍼가 연간 수령하는 35.5m을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결국 포스팅으로 데려와서 팀내 중심으로 도약한 히사노리 야스다를 끼워서야 구매할 만한 구단을 찾았다. New York Yankees 치트키는 이럴 때 쓰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키스조차도 하퍼와 야스다(당시 연간 16.8m 수령)를 동시에 감당하기는 어려워했고, 결국 Miguel Andujar의 잔여연봉 20m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유레카와 양키스의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그래도 하퍼는 하퍼니까 유레카만큼은 아니어도 좌타에게 좋은 구장에 가면 잘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수비 자리가 발목을 잡았다. 하필이면 이 시즌에 양키스가 NL로 가버리는 바람에 수비 안 되는 코너 외야수에게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노쇠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적 첫 해에는 대타로만 100경기 넘게 출전해서 244-394-476-870 슬래쉬라인에 WAR 0.9를 찍었다. 받은 연봉을 생각하면 기가 차는 성적이지만, 완전체에서 한 계단 내려와 OPS 히터로 변신한 하퍼의 공격력이 여전히 나쁜 축은 아니었다. 그 다음 시즌에는 1/3 정도의 비율로 선발 출전해서 333-413-593-1006이라는 훌륭한 슬래쉬 라인에 WAR도 1.5나 찍었다. 수비로 깎아먹은 걸 생각하면 WAR도 그럭저럭 선방했고 OPS+는 163으로 어지간한 타자들은 다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성적이었다. 하지만 베스팅 옵션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타석 탓에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사실 이 정도 성적을 거뒀으면 36세 시즌이나 그 이후까지 뛸 것으로 생각했는데, 하퍼는 미련없이 은퇴를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누적에서는 꽤 부족한 편이다.

명예의 전당 입성은 당연하게 보였고, 관건은 득표율이었을 텐데 역시 1차에 99.4%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한 구단에서 오래 있었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구단을 그의 대표구단으로 할지 궁금했는데, 결국 그가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선 구단인 Washington Nationals의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하지만 내츠가 하퍼에게 영구결번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4,000타석도 채우지 못한 선수에게 영결을 주기에는, 하퍼가 팀을 우승이라도 시켰으면 모를까 좀 꺼림칙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퍼의 진짜 전성기는 Eureka Redwoods 시절이었기 때문에 내츠가 나서서 영결을 주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지 모른다. 덕분에 내츠는 아직도 추가된 영결이 없다.

계약은 잘 따낸 편이어서 2018년 이후로만 3억 6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통산 WAR이 103.6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싸게 받는 선수가 비싼 값을 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양키스 시절은 빼야겠지만 말이다. 알래스카가 메이저 리그에 자리잡는 초기 상황에 절대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그 이후 유레카로 넘어와서는 당시 다소 부족하던 마운드를 완벽하게 상쇄하는 공격력으로 왕조 건설을 이끌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느 팀에서도 자기 선수라고 여기지 않을 이력일지 모르지만, 팀을 옮기는 와중에도 각 팀에서 필요했던 역할을 최대치로 수행했다. 그가 방망이를 돌리면 경기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Game Changer였다. 생성(이라 하고 사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선수를 제외하고 Eureka 및 그 후신 격인 구단에서 이 정도로 누적적인 임팩트를 끼친 선수는 없으며, 그나마 한 명이 하퍼에 근접해가고는 있지만 그 역시 하퍼의 위상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서도 영결이 되지는 못했고,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그 점이 아쉬움으로는 남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하퍼가 아쉬워할 것 같지도 않다. 저 정도 커리어를 찍은 선수가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가질 이유가 없을 테니까.

2019년 9월 4일 수요일

Player History - 3. Jose Altuve

Jose Altuve
포지션 : 2B
입단 : 2007년 Scouting Discovery (Houston Astros)
수상내역 : MVP 1회, GG 1회, SS 6회, All-Star 8회, Playoff Series MVP 1회
명예의 전당 투표 : 2032년 헌액, 1차 86.9%
영구결번 : #27 (Houston Astros)
2018년 이후 수입 : $189,500,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최다타수(2023)

Milestones (1)

WAR : 65.2

One Club Man. 16시즌을 휴스턴에서만 보낸 원클럽맨이다. 은퇴 후 무난하게 영구결번되었고, 2031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후보등재 1차만에 86.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헌액되었다. 당연히 휴스턴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다만 이런 상징성을 제외하고 볼 때 누적에서는 다소 밀리는 편이다. 10,000타석을 채우지도 못했고, 3,000안타나 1,500득점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원클럽맨이지만, 휴스턴을 떠난 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2024년에 휴스턴 QO를 거부하고 FA시장에 나섰지만, 적절한 구매자를 찾지 못해서 4년 3600만 달러에 휴스턴과 재계약을 하여 잔류했던 것이다. 전년도 성적이 WAR 5.0인데다가 최다타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던지라, 사실 저렇게 후려쳐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찌 보면 돈복도 조금 모자란 것 같다. 심지어 그 계약을 만기까지 유지한 것도 아니고, 계약 마지막 해인 2027년에 구단으로부터 방출조치되었다가 시즌 내내 새로운 구단을 찾지 못하고 끝내 은퇴한 거라서, 말미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야구계를 떠났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휴스턴의 세대교체가 낳은 희생양이기도 하지만, 알투베 본인의 성적이 나이에 비해 조금 더 일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던 터라서 구단으로서도 대안을 찾지 않을 수는 없었다. 2024시즌 초반인 4월에 늑골 통증으로 4주간 결장하면서 노쇠화가 시작되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정작 그 시즌은 .324의 타율이 보여주듯이 부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이 때부터 수비보다는 지명타자로 뛰는 비중이 늘어났고, 35세 시즌에는 지명타자로 전업하였으나 예전만큼의 생산력을 보이지 못하자 36세 시즌에 대타 요원으로 뛰다가 방출되는 전형적인 원클럽 베테랑의 마지막 모습을 보였다.

즉 알투베의 커리어가 빠르게 마무리된 핵심 원인은 수비였다. 선수시절 내내 2루수 말고 다른 포지션에서는 거의 뛴 적이 없을 정도로 2루수 자리에 특화된 선수였는데, 정작 2루 수비가 실책 15개를 기록한 2023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자 구단도 별다른 미련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새 구단을 구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고, 구단은 훨씬 싼 가격에 재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어떻게 보면 강제로 원클럽맨이 되었다.

그럼에도 알투베가 휴스턴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골품제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휴스턴 성골 중의 성골이다. 스카웃도 휴스턴, 리그 데뷔도 휴스턴, 타 팀 이적 한 번 없이 은퇴도 휴스턴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가 쌓은 누적 기록들은 곧바로 휴스턴 시절 기록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휴스턴의 역사의 부문별 Top10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산 타율 1위(.313)를 필두로 통산 출루율 7위(.371), 통산 OPS 9위(.844), 통산 WAR 3위(65.2), 통산 출전경기 2위(2199), 통산 타수 2위(8712), 통산 득점 3위(1419), 통산 안타 2위(2730), 통산 루타 3위(4123), 통산 단타 2위(1899), 통산 2루타 2위(527), 통산 홈런 7위(258), 통산 타점 4위(1065), 통산 도루 3위(405), 통산 도루실패 4위(120), 통산 볼넷 5위(743), 통산 사구 5위(99), 통산 삼진 8위(1082) 등등. 그런데 정작 1위한 건 타율 하나인데, 그 원인은 알투베의 2루수 선배 크레이그 비지오 때문. 이 양반이 1위를 잡고 있는 영역이 9개나 된다. 시간이 흘러 비지오의 뒤를 이은 선수로 등장했고, 비지오보다 비율은 뛰어나지만 누적에서는 밀리는 선수가 된 것이다. 누적에서 밀리는 이유야 비지오가 휴스턴에서 20년을 보냈기 때문이니, 애초에 16년만 뛴 알투베가 앞설 수가 없다.

여러모로 비지오와는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알투베의 비교우위는 펀치력과 컨택이었다. 비지오의 타율 커리어 하이가 .325이고 장타율 커리어 하이가 .503인데, 알투베는 타율 .346에 장타율 .549였다. 비지오가 기록하지 못한 30+홈런도 한 차례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자로서는 미세하게나만 상위호환이었고, 2루수로서는 미세한 하위호환이었다는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비지오가 알투베보다 에이징 커브를 더 잘 견딘 덕분에 누적에서는 훨씬 앞서갔으므로 알투베가 비지오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휴스턴의 영구결번이 되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WAR 음수를 찍은 시즌은 없으니 그래도 존재가 그 자체로 폐가 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0.0 찍고 4년계약의 마지막 시즌은 아예 방출되었으니 4년 36m의 마지막 계약에서 처음 두 시즌만 제대로 뛰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시기 WAR이 4.9이니 서류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 이후의 WAR이 28.9인데, 약 $190m 정도의 지출을 기록했으므로 1 WAR 당 650만 달러 정도를 지출했다고 본다면 악성 장기계약을 맺은 적도 없다. 비싸게 주고 데리고 있었지만, 비싼 값은 꾸준히 한 셈이다.

그리고 꼭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알투베의 멘탈도, 라커룸 분위기를 잡는 데에 일조했을 것이다. 로열티와 워크에식은 리그 최상위급이었고, 리더쉽도 적절한 수준이라 알투베는 늘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로 남았다. 또한 기록한 성적이 명예의 전당 첫턴 급이냐는 의문이라 하더라도 명전 입성이 불가능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20-20을 기록한 시즌이 5시즌이고, 도루 하나가 모자라서 30-30을 달성하지 못한 시즌이 한 번 있을 정도니까 호타준족으로 충분히 각인될 만하다. 좌투수와 우투수를 상대로도 모두 커리어 3할을 넘겼으며, 3할 이상의 타율을 9시즌이나 기록할 정도로 꾸준했다. 다만 3-4-5-9 슬래쉬 라인을 기록한 시즌은 의외로 두 차례밖에 없는데, 다분히 배드볼 히터 기질이 있다보니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통산 볼넷이 743개고 삼진이 1,082개이니 볼삼비 자체는 준수한 편이지만, 타석 대비 볼넷 비율(7.7%)과 삼진 비율(11.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유형의 타자였다. 그러다보니 출루율에서 약간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출루율도 같이 올라가는 유형이었다.

통산 도루성공률도 77.1%로 훌륭한 편이고, 통산 wRC+도 124이니 2루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가진 능력에 비해 다소 이른 은퇴가 좀 아쉽다. 그래도 야구에는 원래 만약이 없으니까 그냥 이대로도 훌륭한 선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팬들이 사랑하고 동료가 존경하는 원클럽맨 선수이자, 휴스턴에서 비지오에 견줄 만한 선수가 다시 한 번 더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휴스턴 팬들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마 이 시기 휴스턴 팬들이라면 정말로 비지오가 낫냐, 알투베가 낫냐를 가지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겼을 것 같다.

2019년 9월 2일 월요일

Player History - 2. Clayton Kershaw

Clayton Kershaw

포지션 : SP
입단 : 2006년 1라운드 7번 (Los Angeles Dodgers)
수상내역 : MVP 1회, CY 4회, GG 1회, All-Star 10회
명예의 전당 투표 : 2032년 헌액, 1차 98.9%
영구결번 : #22 (Los Angeles Dodgers)
2018년 이후 수입 : $252,350,000
2018년 이후 타이틀 : 최다이닝 2회(2020, 2023), 탈삼진 2회(2020, 2023), WAR 1회(2020), 이닝 당 출루 허용율 1회(2020), 9이닝당 최소 볼넷 3회(2019, 2020, 2023), 9이닝당 최다 삼진 1회(2020), 최다 피홈런 1회 (2025)

Milestones (11)

선발 : 513
승리 : 234
상대타자 : 13,196
상대타수 : 12,391
이닝 : 3324.2
자책 : 1,051
삼진 : 3,629
WAR : 98.1
rWAR : 103.0
완투 : 33
완봉 : 19

Kershaw being Kershaw. 게임에서는 LAD에서 11시즌을 보낸 뒤, 2019년에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가 계약기간 만료 후 FA로 양키스에 가더니 커리어 막판에는 급기야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행보를 보이면서 원클럽맨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다. 그래도 뭔가 보정이 있는지 11년간 누적 성적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LAD에서 무난하게 영구결번되었고, 2031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후보등재 1차만에 98.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되었다. 당연히 다저스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플레이 이후의 커쇼를 말하자면, 더 길게 괴물같은 커리어를 이어갈 수도 있었으나 에이징 커브와 때를 같이하여 찾아온 부상으로 그 이상의 누적을 쌓지 못한 안타까운 케이스. 3000IP-3000K를 달성한 선수에게 누적이 아쉽다고 하면 어폐가 있지만, 사실 그 이상의 페이스도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에 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우선 2021년 팔꿈치 골절로 5개월간 아웃되면서 시즌을 조기마감했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2024년에는 4월에 어깨 염증으로 2개월간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더니, 복귀 직후인 6월에는 특히 노장 투수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11개월간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 뒤에 돌아온 커쇼는 이미 평범한 기량의 노장 투수가 되어 있었고, 커리어 마지막해인 2026년에는 프리시즌 기간인 3월에 복근 통증으로 한 달 가량 쉬어야 했다. 당연히 부상 이후 기량은 계속 하락하여 나중에는 리그의 대체선수급 투수로 전락하였다. 이 상태의 커쇼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는 어지간히 커쇼를 써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3년 재계약을 체결하여 팀에 잔류한 현실과는 달리, 커쇼는 2018년 이후 옵트아웃을 행사하고 QO를 거절하며 FA 시장에 나왔다. 이적시장 최대어인 그에게 팀을 구하지 못할 걱정은 없었고 사실상 관심사는 2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을 성사시키느냐 여부만 남아 있었는데, 어메이징 메츠가 6년 $199,000,000 달러에 마지막 시즌 바이아웃 7백만 달러로 계약을 끝낼 수 있는 팀 옵션이 붙어 있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2억 달러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자존심이 상할 계약도 아니었으니 양측 모두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긴 셈이다.

메츠에서의 성적은 앞서 말한 장기부상만 아니었으면 전성기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2021년 이전의 두 시즌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면서 27승 18패, 495.2이닝, 460삼진 등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사실 계약 첫 해에는 커쇼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활약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2년차에는 그야말로 제5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6년만에 사이 영을 탈환했다. 사이 영 홀더로서 나쁘지 않은 페이스로 2021시즌을 시작했지만 불의에 찾아온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고, 적지 않은 나이로 불안감을 안겼으나 그 다음 해에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35세의 나이로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며 7.4WAR을 기록했다. 커쇼라서 커리어 하이가 아니었을 뿐 이름을 지우고 보면 그야말로 몬스터 시즌을 보낸 것이다. 뉴욕 메츠에서 5년간 기록한 성적은 55승 41패, 방어율 3.12. 896.1이닝 1,053삼진, 조정방어율 142, 28.6WAR 등이다. 31세에서 35세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대단한 활약을 펼친 셈이다.

하지만 커쇼의 다음 시즌은 36세.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35세 시즌의 활약을 보면 그냥 남은 계약을 이행했어도 이미 2억달러 몸값은 한 상황이라 손해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팀옵션이 있다면 일단 행사하고 보는 AI답게, 이런 몬스터 시즌을 보낸 커쇼에게도 바이아웃은 바이아웃대로 지불하고 QO를 날리는 어메이징한 오프시즌이 이어졌다. 옆동네 노장투수를 매의 눈으로 부러워하던 양키스가 달려들어서 3년 $70,200,000 달러에 마지막 시즌 베스팅 옵션으로 걸어둔 계약을 체결했다. 연 평균 수령액은 $23,800,000 달러였으니, 36세 투수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래도 Kershaw being Kershaw였으면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몸이 터져버렸다. 첫 시즌은 사실상 통으로 날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재활 후 복귀한 두 번째 시즌의 커쇼는 평범한 5선발급으로 기량이 하락한 상태였다. 그래도 28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면서 로테이션의 한 자리는 맡아주었지만, WAR 0.2로 어째 다쳐서 날린 지난 시즌의 0.4보다도 떨어지는 성적을 냈다. 원흉은 역시 양키 스타디움의 흉악한 파크팩터와 커쇼 자신의 부진이 결합된 홈런왕 커쇼 모드. 11승 4패라는 투승타타의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지만, 규정이닝에 아쉽게 진입하지 못한 건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HR/9가 2.3이나 되었다. 그래도 커쇼는 커쇼라서 볼넷을 주느니 안타를 맞는 스타일의 피칭을 이어갔는데, 문제는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안타 중 41개가 홈런이었던 것이다. K/9는 12년만에 9.0을 사수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6.9로 폭삭 떨어졌다. 부상으로 인한 스터프의 하락이 삼진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가운데에도 이닝 당 볼넷 수는 변함이 없었는데, 그만큼 공격적인 피칭을 유지했다는 의미이겠으나 구위가 받쳐주지 않은 공격적인 피칭이 양키 스타디움의 타자 친화적 특징과 결합하여 최악의 결과를 냈던 것이다. WAR의 관점에서 보면 양키스는 언제든 그냥 올릴 수 있는 투수 대신 $47.6m을 지출하여 커쇼를 기용하고 0.6승을 더 거둔 꼴이다. 이로써 먹튀 확정. 다만 커쇼만 일방적으로 비난하기에는 양키스의 이 때 행보가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불운한 재난이라고 보는 편이 공정할 것 같다. 어찌보면 5년 전에 메츠가 계약할 때와는 달리 36살의 커쇼와 계약하는 구단은 마지막 1년 정도는 버리더라도 한 시즌이나마 잘 해주기를 기대했을 텐데, 하필 그 해에 팔꿈치가 터져버렸으니.

베스팅 옵션은 당연히 충족되지 않았고, 38세 시즌을 맞이하게 된 커쇼는 베테랑 한파를 몸소 체험하였으나, 그래도 레이스가 3년에 $10,560,000 달러를 제안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38세 시즌이 결과적으로 커쇼의 마지막 시즌이 되었는데, 일단 더 줄어든 스터프로 인해 타자와 승부 자체가 되지 않았고, 그나마 알동의 투수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겼음에도 피홈런은 소폭 감소했을 뿐이었다. 결국 불펜으로 돌려지다가 시즌 중반에 방출되었다.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커리어의 유일한 세이브가 이 시절 기록되었다는 정도? 은퇴 수순을 밟고 있던 커쇼에게 마지막으로 접근한 구단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커쇼도 이렇게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최소연봉 계약에 도장을 찍고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5경기에 나와 9.1이닝을 소화하고 2승을 기록했으니 마지막 마무리로 아주 나쁘지는 않았던 셈이다. 베이 에어리어의 바닷바람 덕분인지 피홈런도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볼삼비가 1:1로 균형을 맞췄다는 점이 극심한 노쇠화를 방증할 뿐.

은퇴 직전까지도 WAR 음수 시즌이 없었지만, 양키스 입단 이후의 행보는 돈 내놔라 먹튀야 수준이었다. 하지만 LAD, NYM에서 보인 16년간의 활약은 그를 전설로 만들었고, 샌프란시스코의 유니폼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그는 LAD의 영구결번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1차에서 98.9%의 득표율로 간단하게 입성에 성공했다. 게임이 시작된 이후에는 사실 LAD 선수라기보다는 NYM의 선수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양키스와 계약하기 전에도 이미 3,000이닝과 3,000탈삼진을 진작에 넘은 상태이기도 했고, 사실 뭐 이렇게 다쳐서 훅 갈지 알았겠냐만 양키스 입단 이전에도 이미 커쇼는 전설적인 선수가 되어 있었다. 전설을 데려와서 먹튀의 전설을 쓴 양키스의 입장이 좀 많이 곤란해졌을 뿐이다.

4회의 사이 영, 2회의 MVP, 10회를 꽉 채운 올스타까지 수상내역도 완벽한 와중에 깨알같이 골드 글러브까지 끼어있다. 다만 우승반지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이는 게임 상에서 순전히 Eureka에 입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니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JAWS, 블랙잉크, 그레이잉크, HoF Standards, HoF Monitor 등 명전과 관련된 모든 기준을 충족했고, 게임 시작 전에 이미 비인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게임 시작 후에도 한동안 비인간적인 성적을 이어갔다. 다만 300승은 고사하고 250승에도 미치지 못한 누적이 조금 아쉬운 정도? 그래도 200승-3000이닝-3000삼진은 넘겼으니 이 누적이 모자라다고 할 것은 아니고, 통산 방어율도 2.85로 마감했는데 조정방어율로 보면 151, 즉 동시대 다른 투수들보다 50%이상 더 자책점을 억제했다는 이야기니까 이걸로도 커쇼가 왜 커쇼인지 보여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